집안일은 끝이 없습니다. 해도 티가 나지 않고, 조금만 미루면 금방 쌓여버리는 귀찮은 숙제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많은 현대인이 가사 노동을 빨리 해치워야 할 성가신 일로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 지루한 반복을 아주 훌륭한 수행의 기회로 봅니다. 바로 움직임 속에서 평온을 찾는 동중선(動中禪)입니다.
1. 움직임 속의 명상, 동중선이란 무엇인가
명상이라고 하면 흔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정적인 모습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연습은 어떤 동작을 할 때도 가능합니다. 동중선은 번잡한 일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그 움직임에 깨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거리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대신, 그 순간을 나를 닦는 시간으로 전환해 보는 것입니다.
2. 물과 세제의 감각에 집중하는 설거지 명상
설거지를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보통 어디에 가 있나요? 대개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나, 낮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 혹은 내일 걱정에 머물러 있기 마련입니다. 설거지 명상은 마음을 손끝으로 가져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릇에 닿는 물의 온도, 세제 거품의 부드러움, 수저와 그릇이 부딪히며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관찰해 보십시오. 기름기가 씻겨 내려가고 뽀득뽀득해진 그릇의 감촉을 온전히 느껴봅니다. 나는 지금 그릇을 닦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만 집중할 때, 머릿속을 괴롭히던 복잡한 망상들이 잠시 멈추게 됩니다. 그릇이 깨끗해지는 과정과 내 마음이 맑아지는 과정을 하나로 연결해 보는 연습입니다.
3. 청소, 공간이 아닌 내 마음을 비우는 과정
청소는 단순히 먼지를 털어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청소를 수행의 기본으로 삼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 머리가 나빠 경전을 외우지 못했던 주리반특은 "먼지를 털고 때를 닦으라"는 짧은 가르침 하나를 실천하며 빗자루질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바닥을 닦고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를 내 마음의 번뇌를 닦아내는 과정으로 여겨 보십시오. 어질러진 물건을 제자리에 두면서 내 마음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내며 내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깨끗해진 방을 보며 얻는 개운함은 단순히 시각적인 만족을 넘어 내면의 평온으로 이어집니다.
4. 마치며: 일상이 곧 법당입니다
수행은 산속 깊은 절이나 특별한 명상 센터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머무는 방, 매일 마주하는 개수대 앞이 곧 나를 닦는 법당이 될 수 있습니다.
귀찮은 가사 노동을 나를 괴롭히는 짐으로 보지 않고, 나를 돌보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여 보십시오.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할 때는 그릇과 함께 마음의 먼지도 함께 씻어내 보시길 바랍니다. 일상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당신을 불안에서 구원하는 명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