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면접에서 실수하면 어쩌지? 나중에 노후 자금이 부족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면 어떡하지? 우리의 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마치 눈앞의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걱정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정을 불교에서는 망상(妄想)이라고 부릅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퍼센트 이상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거나,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불안이라는 정체 불명의 괴물을 불교의 지혜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1.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90퍼센트는 가짜입니다
불안은 사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뇌의 생존 본능입니다. 원시 시대에는 풀숲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최악의 상황(맹수의 습격)을 가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뇌의 이러한 과잉 보호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환영이나 신기루에 비유합니다. 캄캄한 밤길에 밧줄을 보고 뱀인 줄 착각하여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과 같습니다. 실체는 단지 밧줄일 뿐인데, 우리 마음이 뱀이라는 공포의 이미지를 덧씌운 것입니다. 불안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만 가득할 뿐, 실질적인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마음이 지어낸 감옥, 망상(妄想)에서 탈출하기
불교 심리학의 관점에서 불안은 현재에 있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몸은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데, 마음은 내일의 회의실이나 10년 뒤의 미래로 날아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공간이 어긋날 때 그 틈새에서 불안이라는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뇌에게 지금 이 순간의 정보를 강제로 입력하는 것입니다. 불교 수행 중 하나인 알아차림(Sati)은 뇌를 현재로 소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머릿속에서 비극적인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할 때, 그것이 영화일 뿐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영화관의 불이 켜지듯 불안은 힘을 잃습니다.
3. 뇌를 현재로 소환하는 '이름 붙이기' 기술
불안한 생각이 꼬리를 물 때, 뇌의 회로를 끊어주는 구체적인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생각에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걱정이 시작될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망상이 일어났구나"라고 3번 나지막이 읊어보십시오. "내가 발표를 망칠 거야"라는 생각 속에 매몰되는 것과, "발표를 망칠 거라는 '생각'이 내 마음에서 일어났네"라고 관찰하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생각과 나 사이에 객관적인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뇌는 비상사태를 해제합니다. 호흡으로 돌아와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느낌, 손끝의 감촉 등에 집중하며 감각의 문을 여십시오. 뇌는 감각 정보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망상을 지어낼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4. 마치며: 오지 않은 미래에 오늘을 저당 잡히지 마세요
미래를 걱정한다고 해서 미래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불안이라는 망상이 당신의 소중한 오늘을 갉아먹게 두지 마십시오.
생각은 구름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일 뿐, 당신 자신이 아닙니다. 오늘 머릿속에서 뱀인 줄 알고 놀랐던 밧줄을 발견하셨나요? 그렇다면 안심하고 크게 숨을 내쉬어도 좋습니다. 당신이 걱정하는 그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