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과 저녁, 우리는 출퇴근이라는 전쟁을 치릅니다. 특히 서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빽빽한 인파에 몸을 싣고 소음과 불쾌한 접촉을 견디다 보면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에너지가 바닥나곤 합니다. 이 시간을 그저 견뎌야 하는 고통의 시간으로 여기기보다, 나를 돌보는 명상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불교에는 동중선(動中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가운데 하는 선이라는 뜻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걷고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수행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오늘은 소란스러운 출퇴근길을 나만의 수행처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기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 혹은 환승 통로를 지날 때 우리는 보통 다음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에 빠져 있습니다. 이때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가 있고 몸만 허둥지둥 따라가는 상태가 됩니다.
걷기 명상의 핵심은 마음을 지금 이 순간의 발걸음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왼발이 땅에 닿을 때의 감각, 발바닥 전체가 지면을 누르는 느낌, 그리고 발가락이 땅을 밀어내며 떨어지는 과정을 온전히 느껴보십시오.
빨리 걸어도 괜찮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웠던 업무 걱정이나 대인관계의 스트레스가 잠시 가라앉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중심 잡기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균형을 잡는 수행으로 활용해 보십시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을 때, 내 몸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관찰합니다.
차가 멈추고 출발할 때마다 몸이 기우뚱거리는 그 움직임을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수용해 보십시오. 발바닥에 힘을 고르게 분산하고, 호흡을 아랫배 쪽으로 깊게 내리려 노력합니다.
주변의 소음이나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올 때, 그것을 시끄러운 방해물로 규정하기보다 그저 발생하는 소리라고 이름 붙여 봅니다. 소리에 반응하여 화를 내는 대신, 소리가 들리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입니다.
3. 나만의 보이지 않는 보호막 만들기
번잡한 곳에서 명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교의 지혜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대하는 내 마음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지하철 안의 수많은 사람을 나와 부딪히는 적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료 수행자들로 바라봐 주십시오. "이 사람들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이 사람들도 오늘 하루 평온하기를"이라고 속으로 짧게 빌어주는 자비 명상을 병행하면, 신기하게도 주변의 소란함이 나를 침범하지 못하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으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입니다.
4. 마치며: 버려지는 시간을 채워지는 시간으로
출퇴근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시간을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죽은 시간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나를 관찰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생생한 시간으로 만들 것인지는 오직 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내일 아침 지하철 개찰구를 지날 때,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며 선언해 보십시오. "지금부터 나의 명상이 시작된다"라고 말입니다. 당신의 출근길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기를 기원합니다.
주의사항: 걷기 명상 중에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주변 상황을 충분히 살피며 안전한 보행로에서 실천하시기 바랍니다.